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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썰풀이

일터후기 04 : 법률사무소 사무원

by 가을색수달 2019. 10. 11.

 

 


 

변호사 사무실 사무원 겸 비서 (3일 / 월 150만 원)

 

때는 2014년.. 대학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가 떨어지고..

도저히 수험생활이 나랑 안 맞아서 어디에 취업할까 하다가 전공 살려서 법률사무소에 취업을 했다.

나이 많은 대표변호사와, 직원 변호사 2명으로 구성된 곳이었다.

 

늙은 70대 변호사 할배가 컴퓨터를 못해서, 소장 작성을 할 때 대신 타이핑 쳐주는 일이 주 업무였다.

그동안 일했던 직원들은 할배의 경상도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서 타이핑할 때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나는 우리 엄마가 경상도 사람이라 말귀를 잘 알아듣고, 타자 속도가 빨라서(1000타 이상) 아주 적격인 사람이라고 좋아했다.

 

그 외에도 법원 송무 업무, 사무실 서류 정리, 경리업무까지 다 맡아서 해야 했다.

할배가 전자결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많아서 은행업무는 전부 직접 은행에 다녀왔어야 했고, 통장이랑 장부도 전부 수기로 관리해야 했는데 그게 참 귀찮았다. 심지어 월급도 현금으로 봉투에 담아서 주는 곳이었다.

경리한테 사무실 비용 처리만 맡기는 게 아니라 할배 개인 통장, MMF까지 다 맡겨서 관리를 시켜서 이래저래 신경 쓸게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원래 회사에서 직원한테 직권을 남용하여 자기 개인 업무를 시키면 안 된다.)

 

 

 

 

처음엔 대표 변호사가 자기 밑에서 10년만 일하면 월급 300만 원도 가져갈 수 있다며 성실히 일해달라고 했지만...

전임자와의 트러블+성가신 법잘알이란 이유로 나는 3일 만에 퇴사하게 되었다.

 

첫날부터 전임자는 내가 들어오면 자기는 퇴사할 생각이었는데, 변호사가 나는 비서, 걔는 경리로 2인 시스템으로 가고 싶어 해서 불만이 많았다.

나한테 이미 인도네시아 여행 가려고 비행기 티켓도 끊어놨는데 퇴사를 안 시켜준다고 투덜댔다.

 

3일째 되는 날, 나는 근로계약서는 언제 쓰냐고 물어봤고, 할배는 "응 그래 써야지. 뭐라고 쓰고 싶은지 네가 법 전공했으니 함 써와 봐라"라고 했다.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여태까지 근로계약서 쓰고 일한 직원이 없단다. 존나 비꼰 거지.)

그러고 나서 오후엔가..? 변호사가 전임자를 불러다가 왜 그만두려고 하냐고 물어보자, 무슨 생각인지 그 전임자가 "나 쟤랑 업무 스타일 안 맞아서 같이 일 못한다."라고 말을 했다. 미친년 아님??

그날 퇴근 전, 과장이 와서 나보고 "변호사님이 너랑 같이 일 못하시겠대"라고 말하고 난 잘렸다.

 

 

억울하게 잘린 게 빡쳐서 노동부에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부당해고로 민원을 넣었다.

노동부의 답변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관련해서는 상시 5인 이상 근무하는 곳임에도 내가 소송을 하지 않으면 근로계약성 미작성으로 인한 처벌이 안된다고 했다.

소송을 걸면 벌금 500만 원 이하로 나올 것이고.

부당해고의 보상방법으로는 복직밖에 없는데 복직할 마음 있냐고 했다. 미쳤냐 거길 다시 들어가게.

 

결과적으로 나한테 금전적 이득 되는 것은 없었고, 소송 건다고 이리저리 전화하고 왔다 갔다 하기 싫어 그냥 포기했다.

명색이 법률사무소인데 기본적인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은 곳이었다.

검사, 판사까지 하셨던 분이었는데, 약자의 편에 서기보다는 돈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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