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강남에 위치한 사장제외 직원 수 7명인 소규모 회사이다.
안그래도 사람 수가 적어서 조용할 수 밖에 없는데, 거기에 대부분 내향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업무중에 일절 잡담이라고는 없다.
그야말로 절간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들에서는 이따금 퇴근할 때 즈음 누군가의 '오늘 저녁 맥주 한 잔 할래요?' 한 마디로 번개 모임이 성사되어, 업무시간에 나누지 못한 고마웠던 얘기, 힘들었던 얘기 등을 나누며 회포를 풀곤 했다.
하지만 여기는 그런거 없다. 다들 일에만 집중하고 사적인 얘기는 안하고, 퇴근하고나서는 집으로 사라진다.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누가 번개를 하자고 해도 아무도 안 갈 느낌이긴 하지만. 나도 여기 처음에 입사하고 몇 달간은 정말.. '안녕하세요',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외에 말을 한 마디도 안해서 입에서 단내가 나는 줄 알았다. 그거 때문에 다른데 이직하려고도 알아봤지만, 원하는 포지션/연봉을 맞춰줄 수 있는 회사가 나타나지 않기도 하고... 닥눈삼 기간이 지나고나니 적응할 만 해져서 그냥 다니고 있다.
그런 회사에서 사장은 왜 한 달에 한 번씩 회식을 하고싶어하는건지 알 수가 없다.
회식 날짜가 잡히면 다들 메뉴 선정도 서로 미루고 아무 말 없이 있다가 누군가 겨우겨우 총대메고 한 마디 하면 그걸로 결정된다. 사장 없이 직원들끼리 있을 때 한 두마디씩 '할 말도 없는데 웬 회식', '그냥 돈으로 주지', '억지로 대화 소재 쥐어짜서 얘기하는 것도 힘들어요' 라고 투덜대는 걸 사장이 들어야 하는데.
저번달에는 회사 야유회를 에버랜드로 가자고 사장 맘대로 결정했다. 일산, 안양 등 멀리서 사는 직원도 있는데 그 사람들은 가는데만 2시간 걸린다고 투덜대자 그럼 롯데월드로 갑시다 하고 변경. (가기 싫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 같은데 우리 사장은 눈치도 없조) 나는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하고 같이 놀이동산을 갈 생각을 하니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기분이 되어서 1주일 전부터 어떻게 하면 야유회를 안갈 수 있을까 골머리를 썩혔다. 결국은 모든 계획은 수포로 들어가고 참석하게 됐지만...
사장님은 다들 똥씹은 표정으로 강제로 어울리고있는게 좋은걸까? 맛있는거 먹고싶거나, 놀이동산가서 놀고싶거나, 영화관에 가고싶으시면 친구나 사모님하고 하시면 될 것을 왜 서로 불편해하는 직원들하고 하고싶어하는걸까? 어디서 남직원이라도 하나 영입해와서 걔랑 놀던가... 사무실에 채닝 테이텀이나 크리스 헴스워스같은 남직원 하나 있으면 회사 다닐 맛도 나고 업무 능률도 오를 것 같은데.
여담)
사장님이 직원들한테 다들 주말에 뭐하냐고 물어봤을 때, 직원들이 하나같이 아무것도 안한다고 대답하는 것은 진짜 취미가 없는게 아니라 사장님한테 취미생활을 굳이 공유해야 할 필요를 못느껴서라는걸 왜 모르시나요... 정말 눈치라고는 어디 엿장수한테 팔아드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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