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달(SUDAL)입니다.
SNS 컨텐츠 마케터로 약 3년, 광고대행사 디자이너로 약 1달 일 한 경험에서 느끼는 바를 간단하게 적어보고 싶어서 써봅니다.
제가 쓰는 이 글이 절대 100% 맞는 말은 아닙니다. 그저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정석 콘텐츠 마케팅만을 해왔던 나...
이전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방식은 '정석'에 따른 온라인 마케팅 방법을 썼습니다. 대행사에서 흔히들 쓰는 '어뷰징'이나 키워드만을 강조한 '질 떨어지는 저급 콘텐츠' 제작 따윈 하진 않았죠. 온라인 마케팅에서 승리하려면 그런 꼼수들이 아닌 양질의 컨텐츠, 즉 '고객이 원하는 정보'였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초록창, 파란창에 그 회사에서 파는 제품을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뜨는 회사에 다녔습니다. (물론 포털사이트 파워링크는 얼마나 돈을 썼느냐에 따라 그 순위가 결정되는 것이지만...) 연 매출 100억 때까지만 해도 크게 브랜딩에 대해서 신경을 안 썼지만(CI 컬러만 맞추는 정도?), 그 이후에는 나름 브랜드 페르소나도 설정하고 모든 컨텐츠를 그에 맞춰서 제작했습니다.
그 회사의 브랜드 페르소나는 CEO의 성향을 반영한 캐릭터였는데, 30대 초중반의 정장 입기를 즐겨하는 전문직 남성이라는 콘셉트였습니다. 그래서 회사 이름으로 제작하는 모든 컨텐츠는 사무적인 말투를 사용하면서도, 조금 전문적인 느낌이 나는 영어단어나 한자단어를 살짝 섞어주고, 사진 또한 unsplash 등에 올라오는 고급스러우면서 전문가가 찍은 듯한 사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콘텐츠는 당연히 전문적인 글 위주로 썼고요. (예) 2018 인테리어 트렌드와 그에 어울리는 조명 아이템) 제가 퇴사하고 나온 후로는 그런 글을 써 줄 사람이 없어졌는지 그런 컨텐츠를 제작하지 않고 있더라고요.ㅎ 그나마 만들고 있는 컨텐츠들은 귀여운 말투가 뚝뚝 묻어나오는 대행사 출신의 사람이 쓴 느낌이 나오는 글들입니다. 당시 나한테 3000줬으면 거기 계속 다녔을지도 모를텐데. 돈도 많이 벌면서 왜 2700밖에 안줬나 몰라. (물론 성희롱, 인격모독도 안했어야 했지만 ^^)
지금 여기 블로그에 쓰는 글들도 다 키워드 작업같은건 하나도 안했습니다. 근데 아직 글 몇 개 없는데 조회수가 꽤 나와요. 그렇기에 '작업'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거고요. 고객이 원하는 정보, 그것을 가르쳐주는게 가장 좋은 콘텐츠 아닐까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병원 전문 광고대행사의 대행사입니다. 지금 제가 맡은 업체는 정형외과랑 성형외과. 주로 페북, 인스타, 블로그(sns)에 들어가는 카드뉴스 형태의 컨텐츠들을 디자인해주고 있어요. 매일 몇 개씩이나 만들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병원들이 '전문'이라는 말에 속아서 헛돈을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뿐입니다. 디자인도 신경써서 예쁘게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원하는건 '그럴듯'한 이미지를 최대한 빨리, 많이 뽑아내는거라는걸 깨닫고 난 후엔 뭐.. 걍 대충 해주려고 합니다. 며칠 안다녔는데 재미도 없고 벌써 맘이 떴어요. 언제까지 여기 다닐지 저도 모르겠네요.
첫째, 저급 콘텐츠로는 회사 이미지만 싸구려로 만들 뿐이다.
저는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최소 2시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서 글을 썼는데 그 이유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요즘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블로거가 본업이고 그걸로만 먹고 사는 분들은 콘텐츠 하나에 30분도 투자 안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길어야 1시간. 컨텐츠의 질보다는 상위노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상위노출=cpc/cpm증가=매출이라는 생각이 있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네이버 검색 결과 자체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실제로 그게 어느정도 효과가 있고, 돈이 되니까 그런 분들이 먹고 살겠죠.)
여기 회사에서 블로그 포스팅 대행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인 듯싶더라구요. 업무 스케줄을 보니 한 사람당 평균적으로 업체 10개 담당, 업체별 1주일에 20개 포스팅 작업. 그러면 5일동안에 200개의 글을 포스팅한다는 건데... 그게 얼마나 질 좋은 글인지 모르겠네요. 병원이다 보니 거의 홈페이지에 있는 수술/시술 정보 +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 짜깁기 + 키워드 삽입이겠죠. 홈페이지에 다 나와있는거 옮겨적기만 하는 블로그를 언제까지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둘째, 인스타그램 피드 예쁘게 꾸미는 건 좋아요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제가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좋아요 개수를 책임지는건 '예쁜 여자'와 '벗은 여자', '유명인', '고양이/멍멍이' 가 최고라는 것입니다. 정말 어이없죠. 속옷 브랜드 인스타그램 가보세요. 반쯤 벗은 예쁜 여자들로 피드를 꾸며놨을 뿐인데 좋아요와 댓글이 폭발합니다. 그럼 그렇지 못한 회사는 어떻게 인스타를 활용해야 할까요... 피드꾸미기 보다는 타게팅 광고(sponsored)에 힘쓰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회사 제품에 관심이 있을 법한 사람들에게 인스타그램 피드 사이에 광고를 보여주는 거죠. 실제로 저도 많이 낚이고 있고요. (어떻게 제 취향을 그렇게 잘 아는지~! 구글의 쿠키 분석에 의한 맞춤 타게팅 광고는 정말 대단하다.)
제가 지금 담당하고 있는 병원의 인스타그램은 그저 예쁘게 피드 꾸미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기획하시는 분이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의 생태를 전혀 모른다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저야 그냥 시키는 일이나 하고 돈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제 의견을 굳이 회사에 말하진 않지만... ㅎㅎ 요즘 소비자들, 원하는 정보 없는 질 떨어지는 광고는 그냥 1초도 안보고 넘겨버립니다. 왜? 안그래도 볼게 많은데 굳이 나한테 필요 없는 거 보면서 낭비할 시간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팀장님.. 나보고 왜 좋아요가 안나오냐고 물어보지마세요... 나부터도 좋아요 누르고싶지가 않다고 말할 순 없으니까.
이건 좋아요만 놓고 봤을 때 얘기고... 매출얘기로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객단가가 낮은 제품들이 아닌, 비싼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열 사람중에 한 사람만 구매를 해줘도 성공하는 거니까... 그러니 맨날 병원들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경쟁을 해대겠지...
셋째, 온라인 마케팅은 오프라인 바이럴 마케팅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온라인 마케팅,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백배 천배 나은 것은 맞습니다. 요즘 소비자들 무슨 작은 물건 하나를 사도 인터넷에 검색해보는 게 습관이 되어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더 많은 고객과 롱런하기 위해서는 결국 실질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광고 백날 해봤자 진짜 좋은 제품, 진짜 좋은 사용자 경험은 회사가 애쓰지 않아도 고객들이 알아서 지인과 가족들을 통해 홍보해주니까요.
요즘 유행하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딱 그 예입니다. 처음에 배급사쪽에서는 100만 관객을 목표로 개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퀸의 본고장인 영국 박스오피스를 뛰어넘은 9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100만이 900만까지 가는데 배급사의 광고방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요? 얼마전 20세기 폭스에서 내놓은 보랩보이즈 뒤로 빨간 글씨로 크고 굵은 글씨를 땅땅 박은 800만 기념 포스터는 정말 촌스러워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것보다는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쩐다', '미쳤다', '또 보고싶다' 는 후기가 더 큰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퀸과 퀸 노래가 쩔기 때문에 흥행한게 맞습니다)
그럼 온라인 sns 마케팅,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대행사 출신 사람 한 두명 고용하는게 대행사에 돈 주는 것보다는 싸게 먹힐겁니다. 대행사에 월 500만원 주고 있다면 저같은 사람 한 명 월 300~400주고 고용하는게 낫겠죠. 대행사에다가 지시하고, 시안 보내오면 컨펌해주고, 당장에라도 수정하거나 올려야 할 정보가 있을 때 며칠씩 걸리느니 바로 옆에다가 일 잘하는 직원 하나 두고 바로바로 일 시키는게 편하지 않겠습니까?
읭? 이게 뭔소리냐 싶죠?
그렇습니다. 월 200충 입장에서 업체들이 대행사에 주는 돈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쓰는 글 입니다..ㅋㅋㅋㅋㅋㅋ 내가 해도 저것보단 훨씬 잘할 자신이 있는데, 왜 나는 이 돈을 받고 이런 저급 콘텐츠를 만들고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만심으로 보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한국 땅에서 내 집 한 칸 구하려고 애쓰는 불쌍한 직장인이 쓴 한탄글이라고 봐주셔요...ㅠㅠㅠㅠ
요즘은 정말 날도 추운데 출근하기도 싫고 집에서 일하고 싶네요... 회사컴이 내 맥북프로보다 스펙 구린거 실화냐... 오후 3시쯤 되면 포토샵 렉먹기 시작하는데 정말 일 할 맛 안난다... 휴.
쨌든 결론은 대행사에 몇 백씩 주면서 저품질의 컨텐츠 만들라고 하느니, 저같은 제대로 된 마케터를 한 명 고용해서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고객과 소통하는 마케팅을 하시라는 것입니다.
관심있으면 댓글로 메일주소 달아주세요.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이직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음 ㅎㅎ... 참고로 대행사는 안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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