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체랑 음슴체가 섞여있음ㅋㅋ 걍 보세요.
/백수가 된 계기 : 아직도 이런 블랙회사가 있다
지난 7월 초, 잘 다니던 회사를 멀다는 핑계로 그만두고 집에서 15분밖에 안 떨어진 곳으로 이직을 시도했다.
결과는 대참패.
왜냐면 새로 이직한 회사가 정말 노답 블랙회사였고, 직장생활 n년 한 짬바로 봤을 때 이런 데는 오래 다니면 내가 죽든, 회사가 죽든 뭐가 하나 죽을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전자가 이뤄질 확률이 더 높았지)
처음에 남자 사장한테서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러 갔는데, 사장은 바쁘다며 팀장이라는 여자분이 면접을 봤다. 뭐 별거 물어보지도 않고 애초에 이력서만 보고 뽑을 생각을 하고 얼굴이나 한번 보려고 부른 것 같았다. 나중에 입사하고 알고 보니 그 여자는 사장의 부인, 즉 사모..... 그렇다 망할 놈의 가족회사였다. (비극의 시작)
첫날 출근했는데 자리 안내를 아무도 안 해줘서 10분 넘게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경리가 자리 안내해줘서 앉았다. 아무도 회사안내는커녕 인사조차 해주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서 홈페이지 구경이나하고 노닥거리고 있었는데, 11시쯤 되어서야 사모가 일거리를 하나 주면서, 말로는 내 포지션에 사람을 계속 구했는데 다들 3개월을 못 버티고 나가는 바람에 체계가 안 잡혀있다면서 내가 경력자고 하니까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는데, 내 귀에는 그 말이 'Welcome to the Hell'이라는 소리로 들렸다. ㅋㅋㅋㅋㅋㅋㅋ
12시가 됐는데 아무도 점심 먹을 생각을 안 하더라? '도대체 점심을 언제 먹는 거지?' 눈치를 봤는데 나중에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12시 반부터 1시 반이라고 했다. 니미 그런 건 미리 말을 해줘야지. 왜 아무도 안 알려줬나 몰라. 12시 반이 되니 모두가 도시락을 싸 와서 사장, 사모, 직원들이 모두 둥글게 모여앉아 밥을 먹을거라 했다. 나는 첫날이니까 나가서 사 먹을 생각으로 도시락을 안 싸 왔는데, 나가서 먹는 사람 1도 없었음. 막내 직원이 자기가 다이어트 도시락 하나 있다고 그거 나눠줘서 그거 먹음. (언젠가 나를 만나게 되면 그 도시락 값 꼭 청구해주세요... 공짜로 얻어먹어서 미안했음) 점심 먹고 직원들이 나가서 바람 쐬자길래 껴서 말이라도 붙여보려고 같이 나가서 수다를 떨었는데, 염병... 제일 오래 일 한 디자이너가 6개월 차고, 경리도 들어온 지 1개월밖에 안됐다고했다. 경리는 자기는 와서 경리 일만 할 줄 알았는데 영어 잘 한다는 걸 들켜버리는 바람에 바이어 미팅 때 통역 일을 하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들 몇 살이나 되었냐 물어보니 대부분 전부 20대 초중반의 사회경험 없는 어린 친구들이었다. 내 나이 또래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면접 때 그 사모한테 그 회사가 취급하는 제품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얘기해뒀던 터라 최소 제품교육 정도는 며칠 해주겠거니 생각했는데 웬걸? 첫날부터 인스타그램 인수인계받아서 운영해보라고 주고, 둘째 날부터는 자기네들이 7개월 동안 버려뒀던 13명인가 되는 서포터즈들을 소환해서 단톡방을 만든 뒤 운영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사장과 사모 둘 다 그들이 7개월동안 방치돼있어서 다들 짜증을 낼 거라며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서포터즈들은 그동안 자기네들은 체험단으로 뽑은게 아니라 서포터즈로 뽑아놓고 운영도 안 하고 나 몰라라~ 7개월 동안 방치해놓고 이제 와서 자기들 필요할 때만 찾아댄다며 난리가 났다.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회사가 싸놓은 똥을 내가 대신 처먹겠구나. 내가 욕받이 무녀로 여기 들어왔구나. 나 입사한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뭘 믿고 이 일을 시키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1개월 전까지는 중요한 일 안 시키잖아... 적응 기간이라고 해서 살살 맛보기 + 같이 일할 사람인가 살펴보기로 하는 기간 아닌가? 그래서 한 2시간 정도? 일하면서 계속 오늘까지만 일하고 도망을 칠까... 지금이라도 나갈까... 고민하다가 오후 3시에 짐 싸 들고 사모한테 '저 여기 안 맞는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이러고 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서야 잡플래닛에서 그 회사를 검색해봤는데 입사 전에 그걸 봤어야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ㅋㅋㅋ 상식 이하의 부부가 운영하는 회사였다. 월급 밀리는 건 기본, 자기 딸 돌잔치에 온 직원들한테 답례품으로 회사에서 안 팔리는 재고들을 나눠줬다고. 게다가 디자이너들한테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박람회 부스 디자인부터 운영까지 시키는 곳이었다. 그 외의 악담은... 내가 겪은 일이 아니므로 여기서 쓰진 않겠다.
하 여기는 진짜 그만두고 나서도 한 달 가까이 짜증 나게 군 회사였는데, 왜냐면 이틀 일한 거 급여를 안 줬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한 달 내내 문자로 돈 언제 줄 거냐고 할 때는 계속 씹다가 (난 이런거 전화로 안 한다. 뭐든 서면으로 통지하는 게 최고다) 결국 노동청에 급여 미지급+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신고 때려 넣고 벌금 500만 원 나오게 생기니까 그제야 취하해주면 돈 주겠다고 연락 옴 ㅋㅋㅋㅋㅋㅋㅋ 돈도 받고 신고도 할까 하다가 내가 귀찮아서 돈 주면 취하해주겠다고 하고 마무리 지음. 시발 다시는 법대출신을 무시하지 마라.
전에 다니던 회사가 솔직히 직속 상사인 김 과장이 쫌팽이, 쫌생이, 짜증 나는 존재라서 이직한 거였는데, 이직한 지 이틀 만에 후회하고 도중에 짐 싸 들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그 까짓거 어차피 사장이 내 편이었는데, 걍 무시하고 내 맘대로 해도 그만이지 않았나?' 이었다. 그 때문에 더더욱 이직을 후회하게 되는 사건이 되었다. (쫌생이 김과장 얘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썰을 풀겠다)
/슬픈 백수 그리고 취업
그러고 나서 나는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백수가 되었다.
일단 7월 한 달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로 맘먹었다. 허나... 기억나는가? 지난여름의 더위. 우리 집은 에어컨도 없답니다 꺄르륵! 어디 여행도 못 가 너무 더워서 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와서 생각해보는 거지만 모아놓은 돈 털어서 아이슬란드라도 다녀올 걸 그랬어. ㅠ
그렇게 7~8월은 반 액체 상태로 거의 아무것도 못 하고 집에서 더위속에 녹아내렸고, 9월이 되어서야 슬슬 취업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SNS 운영 2년 반의 경력을 살려서 마케터로 취업하자니 대부분 퍼포먼스 마케터를 구하는데, 전 회사에서 대부분의 광고 집행을 대행사에 위탁했기 때문에 나는 GA는커녕 페북광고집행도 1개월 해본 게 전부였고, 요즘은 파이썬이다 뭐다 자동화 툴도 할 줄 알아야 한댄다. 도저히 그 쪽으로는 경력직으로 지원할 수가 없었다. (나이가 나이라서 신입으로 어디 가서 150~160받고 일하긴 싫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콘텐츠 에디터. 그러려면 포트폴리오가 필요했다. 또 열~심히 그동안 만든거 정리를 했지. behance 사이트 들어가서 여러 가지 참고해가며 PPT로 포폴을 만들었다. (인디자인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아직 그거 다룰 줄을 모른다. 언젠가 배우러 가야지.) 중간중간 공모전에도 몇 개 지원해봤는데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가지고 나는 다 떨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디자인 잘한다고 뽑히는게 아니라 의뢰인 마음에 들어야 뽑히는게 많더라.. (누가봐도 촌스럽고 옛날식 디자인인데 1등으로 뽑히는 작품들이 많았다)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채용공고를 계속 검색해나갔고 1~2주에 한 번씩 이력서를 집어넣었는데 번번이 탈락 또는 연락없음... ㅠㅠ 왜 인재를 못 알아보는 거야.
10월에 처음으로 한 군데에서 면접 보러오라고 해서 갔는데, 자기들이랑 안 맞는 거 같다면서 다음날 탈락 통지가 왔는데, 채용공고는 계속 띄움... 집에서 10분 거리라 진짜 합격하고 싶었는데 쳇.
11월 초에 합격한 곳은 차로 출근해야 하는 좀 외진 곳이었는데, 주차할 공간이 없었닼ㅋㅋㅋㅋㅋ 그리고 사람 2명 뽑을 거라는데 사무실이 좁아서 도대체 어디 앉히려고 하는것인지 의문이었다. 안 그래도 좁아터진 사무실이었는데 탕비실 한쪽을 촬영공간으로 꾸며놨더라... 겁나 열악ㅋㅋㅋㅋㅋ 게다가 SNS만 관리해야 하는 게 아니라 MD일 까지 해야 한다고 하는데 겁나 부담스럽게 생긴 실장한테서 1:1로 배워야 한다고... 다른데 합격해서 못 간다고 뻥치고 안 갔다.
11월 말에 또 합격한 곳이 있었는데 여긴 판교라서 진짜 갈까 말까 엄청 고민했다. 젊은이라면 누구나 판교에서 한 번쯤 일해보고 싶어하니까. 근무조건도 괜찮고 팀장도 성격 엄청 좋아보였다. 근데 1주일에 2번 외근을 하는데 나보다 7살 많은 유부 팀장이랑 둘이서 '자차'로 나가야 한다고 해서 그게 부담스러워서 안 가기로 했다. 회사생활이라는 게 그렇다.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괜한 소문이 퍼진다. 그냥 여직원 남직원 단둘이 있는 모습만 보여줘도 둘이 썸탄다 사귄다 이런 소문이 돈다. 내가 지레짐작 겁먹은 걸 수도 있다. 음 그리고 조그만 회사에서 무슨 2차면접까지 있고 (사장이 엄청 권위적인 사람인가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음) 면접때 나한테 궁금한게 없는지 별로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들어갈 자리에 일하고 있는 애는 21살짜리 인턴인데 3개월 일하고 그만두는데 일을 못한다는 험담을 하더라..ㅎㅎ;; 굳이 같이 일한 직원 뒷담을 면접자에게 할 이유가 있을까? 어쨌든 안가기로 한 선택에 후회는 없다.
12월 드디어 새로운 회사에 합격했다. 위치가 동생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 바로 맞은편이라 같이 출퇴근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하 근데... 지금 다닌지 2주? 됐는데 계속 다닐지말지 엄청 고민된다. 전체 직원이 대표 포함해서 8명인 작은 광고대행사인데, 입사하자마자 다음주에 1명 그만둔다 하더니 어제 또 다음주에 1명 그만둔다는 얘기가 나왔다. 여기 대표는 나간다는 사람 안 붙잡는 주의인지 새로운 사람 뽑아서 인수인계하는 기간도 안갖더라ㅋㅋㅋ 뭐 팀장이 붙잡고 가르치면 될 일이긴 하지만... 근무조건이랑 급여가 좋아서 일단은 다닐건데, 언제까지 내가 여기서 일할지는 미지수... 자세한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풀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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